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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코로나19: 이웃이 '자가격리' 어겼을 때, 나는 신고할 수 있을까?

by 뽀미랑 공감나무 2020. 5. 29.

이웃이 만약 자가격리 방침을 어긴다면 신고할 수 있을까? 이웃에 대한 결례는 아닐까?

제니와 베로니카는 얼마 전 자신의 이웃이 외부 활동을 자제하라는 명령을 무시하고 바를 운영 중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이 사는 시카고는 미국 내에서도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지역 중 하나였기에, 화가 난 제니와 베로니카는 이웃을 신고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경찰이 사실 확인을 위해 그들을 방문했을 때,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직접 이 일에 대해 설명할 기회가 생긴 것이었지만, 배신자가 된다는 느낌이 들어 못했어요."

전 세계적으로 자가격리 조처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상황에서 갈등하는 건 제니와 베로니카뿐만이 아닐 것이다.

특히 바로 전날 밤까지 함께 통화했던 친구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있는 이웃 혹은 가족이라면 더욱 고민이 될 것이다.

최근 여러 국가가 자가격리를 강제하고, 위반 시 처벌을 내리는 법 조항을 신설했다.

예로 호주 빅토리아주에서는 친구들과 함께 모여 비디오게임을 즐기던 이들을 모두 벌금형에 처했다.

또 뉴사우스웨일즈주에서는 자가격리 조처에도 불구하고 해변에 인파가 몰리자, 주지사가 적극적인 신고를 요청하기도 했다.

해당 주에 5000여 건의 신고가 접수됐지만, 이 중에는 무고한 사람을 고발한 예도 적지 않았다.

한 예로 한 커플은 페이스북에 1년 전 여행 사진을 올렸다가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다.

싱가포르에서도 이틀 만에 700건의 신고가 쌓이는 등 비슷한 사례가 급증했고, 정부는 '직접 본 사실'만 신고할 것을 요구했다


싱가포르에서는 '코로나 바보'라는 뜻의 'Covidiot'이란 이름으로 별도의 온라인 포럼을 만들어 자가격리 위반자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 페이스북 그룹은 가입자 2만6000명을 넘어섰고, 아직도 정기적으로 격리 조치를 위반한 사람들의 사진이 올라오고 있다.

굳이 신고해야 하나?


누군가를 밀고(dobbing in)하는 일은 과연 옳은 일일까?

시드니대학의 윤리 철학자 한나 티어네이는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로 대화를 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합니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는요."

"하지만 백신이나 치료법이 나오기 전까지 유일한 안전장치는 사회적 거리두기 입니다."

"위반하는 사람이 적더라도, 그들이 대다수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죠."

싱가포르국립대의 심리학자 민쟁 허는 그의 동료이자 조교수 릴리 지아와 함께 무엇이 친구와 가족들을 신고하게 만드는지 연구했다.

그리고 강력한 공동체 의식이 주 동기가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지아 박사는 "야비한 사람들이 집에 앉아서 심심한데 누구를 골탕 먹여볼까 하고 앉아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신고자들은 대부분 집단을 위해 옳은 선택을 내리고 싶은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앞서 밝혔던 호주 커플의 경우와 같이 무고한 사람을 신고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제니와 베로니카가 경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은 시카고 바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일을 정확히 몰랐기 때문이기도 했다.

티어네이 교수는 자가격리라는 개념에 대한 부족한 이해가 신고를 하지 않거나, 잘못된 사실을 신고하도록 유도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우려는 팬데믹에 대한 취약계층의 대응력이다.

뉴욕과 시드니의 경우, 가난한 지역에서의 위반율이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저는 경찰에 모든 것을 결정하는 책임이 주어진 상황에서 이것이 취약계층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궁극적으로 질문해야 할 것은 '서로 신고해야 운영되는 정책은 얼마나 효과적인가'이다.

정말 난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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